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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밑에서 나는 어떤 사람일까?
작성자 크연문 작성일 2014/04/02 16: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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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발견하는 사순절 되기를-

성경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인류의 죄를 대속(代贖)하기 위해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 주변에는 적지 않은 군중들이 모였으며, 십자가에 달려서 물과 피를 다 흘리고 이제 곧 운명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 예수님의 좌우에는 행악자(行惡者, 누가복음 23:32) -다른 복음서에서는 ‘강도’라고도 나와 있음- 둘이 예수님과 함께 형틀에 매어 있었다고 한다.

누가 알렸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마 형(刑)이 집행되는 광경을 보기 위해 인근 마을 사람들이 적지 않게 모였던 것 같다. 한창 일해야 할 시간에 공직에 근무하는 관원들조차 나와서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고 계신 주님을 향해 조롱의 말을 퍼붓고 있었다고 한다. 물론 형을 집행하는 일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였던 군병들이야 더 말할 것도 없었을 것이다. ‘네가 만일 유대인의 왕이거든 너 자신을 구원하라’(누가복음 23:37)는 말로 한껏 희롱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유대의 관원들이나 로마 병정들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함께 십자가 형틀에 묶인 왼편의 사형수는 조롱의 말이 한 술 더 뜬다. ‘네가 그리스도가 아니냐? 너와 우리를 구원해 보라’(누가복음 23:39)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너도 살고 나도 살고 한 번 다시 살아보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주님 오른편에 달린 사형수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왼편의 사형수를 꾸짖으며 하는 말이 ‘우리야 마땅히 죄를 지었으니 그렇지만 이 분이야말로 죽어서는 아니 되실 분이다.’(누가복음 23:40-41)라고 하면서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 나를 생각하소서.’라고 자신의 사후를 부탁하는 정중함을 보인다. 예수님은 진정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확신이라고 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런 사람들의 온갖 목소리를 다 들은 예수님의 반응이다. 앞의 세 종류의 사람들의 말에 대해서는 한 마디 대꾸가 없으시던 분이 고개를 들어 오른편 사형수를 향해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누가복음 23:43) 말씀하셨다는 점이다. 성경에 다른 기록이 없으니 이 사람이 평소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사형 언도를 받고 그 형이 집행되는 것으로 보아 아마 지금까지 세상에서는 상당히 험한 일생을 살아온 것이 분명해 보인다.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가 사순절을 보내면서 한 번쯤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의 사람인가?’ 하는 것을 각자 스스로 성찰해 보아야 옳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사형이 집행되는 모습을 보기 위해 구경 나온 그 많은 백성들과 관원들, 대제사장과 서기관, 그리고 율법사들, 이 모두가 당시에는 거의 매일이다시피 성전을 드나들며 보란 듯이 소리 내어 기도하였을 것이며 말씀을 강론할 때면 앞 다투어 ‘아멘’을 연발했을 것이다. 인간의 생각대로라면 이들이 분명 ‘낙원’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이 믿음 좋은(?) 사람들을 향해서는 한 마디 대꾸할 가치를 찾지 못했던 것 같다. 요새 말로 하자면 하도 같잖아서 말하고 싶지 않았을 것 같다는 짐작이 간다.

이 자리에 구경 나온 백성들이나 관원들 가운데 ‘나’는 없는지 한 번 성찰(省察)해보았으면 한다. 교회 안에서 성경 줄이나 읽었다고 믿음 약한 사람들 기죽이는 사람, 기도 깨나 한다고 자랑하며 교회의 질서를 자기 맘대로 흔들려는 사람, 유명한 목사들의 설교 많이 들었다고 자만에 빠져 목사들의 설교를 자신의 잣대로 평가하고 난도질하는 사람들이 과연 예수님과 함께 낙원에 들 만한 사람들이겠느냐 하는 것을 유독 올 사순절에는 깊이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나를 위해 그 무거운 십자가의 고통 속에서도 용서의 기도를 하셨던 예수님 앞에 진정한 내가 누구인지를 찾으려 하지 않는다면 올 사순절도 그저 해마다 봄철이면 지나치는 연례행사에 지나지 않을 것이 뻔해 보인다. 십자가 밑에서의 ‘나’를 찾지 못하고서야 어떻게 이웃을 발견할 수 있으며, 하나님 또한 눈에 들어오기나 하겠는지 그것이 고민되는 사순절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고민해 보기 권한다. 나는 혹시 십자가 밑에서 같잖은 사람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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