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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基本)을 다시 세우자
작성자 크연문 작성일 2014/04/24 14:4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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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1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는 우리의 기억 속에서 점차 사라져 가는 느낌이기는 하나 아직도 그때를 떠올리면 목이 메고 가슴이 벅차오르는 진한 여운을 떨쳐 버릴 수 없는 일이 있다. 2002년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주최한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4강이라는 기적과도 같은 일을 달성했던 때의 일이다.

애초에는 16강도 못미더워했으나 경기가 진행될수록 우리 선수들의 기량은 점점 물이 올랐고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4강에까지 안착했던 기억은 지금도 그때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하고 있다. 대회가 끝나고도 한참동안이나 세간에 회자되었던 말들 중에 단연 으뜸이었던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의 판단과 의지대로 선수들을 조련하였던 히딩크 감독에 관한 영웅담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낯선 이방인에 대한 편견이 적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지독한 배타성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그의 지휘철학의 중심에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경제적 수치만으로는 세계 10대 강국의 대열에 참여하게 되었을는지 모르겠으나 아직도 후진국 병(病)에서 깨어나지 못한 허점을 여과 없이 드러낸 이번 진도 앞바다 여객선 침몰사고는 한 가닥 우리의 자존심마저 산산조각 내고 말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직 피워보지도 못한 꿈을 차디찬 바닷물 속에 묻어야만 했던 구만리 같은 청춘을 안타까워하지 않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 또한 어쩌면 평생을 안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어느 한 생명인들 소중하지 않은 이가 없겠거니와 특별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녀를 잃은 슬픔에 잠긴 부모들에게 오직 하나님의 크신 위로가 함께 하기를 소원하며 차제에 우리가 이런 비극 앞에 다시 서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약속을 하고 넘어갔으면 하는 것이 있다. 본지(本紙)가 사설 난(欄)을 빌어 누차 강조한 바 있었듯이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 있어 ‘기본을 바로 세우자’고 당부하고자 한다. 이것은 최소한의 약속이어야 할 뿐 아니라 최고의 권위를 가진 계약이어야 할 것이다.

과거에도 늘 지적 되어 온 바이지만 우리 사회는 곳곳에 기본이 잘 세워져 있지 않고 설사 그것이 있다 하더라도 전혀 지켜지지 않는 약점을 너무나 많이 안고 살아가는 것이 큰 문제인 것 같다. 우리는 쉽게 망각해 버렸을지 모르겠으나 한국인의 가장 큰 약점을 지적해서 행동으로 보여준 대한민국 축구팀의 전 감독이었던 히딩크의 수범(垂範) 앞에 새삼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도표나 수치만의 세계 제1의 조선(造船)왕국이라는 수식어가 이런 참사 앞에 결코 자랑일 수 없을 것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 있다 할지라도 반드시 이 기회에 우리는 다시 한 번 ‘기본을 세우자’는 중대 제안을 하고자 한다. 기본의 첫째는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사람이다. 사람을 바로 길러내지 않으면 어떤 첨단의 인프라 구축도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위기가 닥칠 때 그 대응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첨단의 기계를 많이 개발해내고 물건을 많이 팔아서 제일의 부자가 되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필요하다면 세계 제일이라는 찬사도 들을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출세를 하고 권세를 차지하는 것도 누가 그르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는 올바른 윤리의식을 갖추는 것이다. 책임감이 있고 정의감을 가진 인물이 필요한 것이다. 오직 돈만 알고 직업윤리가 바로 서지 않은 허약한 정신의 사람들로 꾸려진 사회가 되어서는 언제고 이런 불행과 참사는 결코 나를 비켜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이번의 참사도 결국엔 사람에게 원인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일찍이 한 사람의 축구인이 우리 앞에 보여주었던 무언의 교훈을 우리는 쉽게 잊어버린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기본이 제대로 서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참사가 결코 예상할 수 없었던 불행한 일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오히려 스스로에게 무책임한 언행일 뿐이다. 외신들도 보도를 통해 말하였거니와 참으로 대한민국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온 세계를 향해 우리의 부끄러운 속살을 여지없이 드러내고야 말았다. ‘우리는 기본이 안 된 나라입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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